미국 52번째 주로 편입돼도 좋은가?
"우리나라가 미국 52번째 주로 편입되는데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는 글이 오늘 한 커뮤니티에 올랐습니다. 저는 "당연히 반대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바로 올라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찬성이 많아서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했습니다.
찬성의 이유로는 "기축통화인 달러가 통용되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 세계 최강국 시민이 되고 싶다" 등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잘 먹고 잘 살면 나라고 민족이고 필요 없다란 말이 아닐까요? 실제로 안타깝게도 그런 식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라는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야 하지만 형편상 잘 먹이지 못한다고 나라를 버린다면 그런 국민이 과연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조차 인종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에서는 독일계 이민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대접받고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자신의 본국인 독일이 국제사회에서 결코 무시 못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여기서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계가 상대적으로 무시받은 이유도 그들의 본국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생활에서 '나'라는 개인은 '나'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그 뒤의 가족, 친지, 이웃, 공동체 나아가 국가라는 잣대로 같이 재단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에 있어서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기 어려운 곳이죠.
이러한 질문이 나오고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진보나 보수와는 상관없이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 급급한 기득권자들이 큰소리치고 젠더갈등이 치유될 희망도 별로 없고 출생률은 바닥을 치니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겠지요.
비록 민족주의자는 아닐지라도 박은식 선생께서 한국통사에서 쓰신 "물질적인 백(魄)을 잃더라도 정신적인 혼(魂)을 간직하면 백이 부활할 수 있다"는 말씀처럼 물질에 넘어간 자는 정신 빠진 금수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가 굶어 죽을 지경인 경우라도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 민망할 터인데 지금은 힘들고 각박하더라도 그럴만한 처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다행스러운 것은 "하와이 꼴 납니다. 영토와 군 기지 용도 외엔 실질적으론 같은 주 취급도 안 하죠. 미국은 우리 생각하는 것보다 백인 중심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시안이 무시받고 살아요. 본국에서 도태된 양키들이 급격하게 유입되어 거대 슬럼화가 이뤄집니다. 미국에 가봤자 '옐로우 멍키'취급받으면서 3등 시민의 삶을 살 겁니다"라며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눈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 블로그가 출입국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는 현재 국적에 관해서 반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고 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주로 미국으로의 이민으로 국적을 상실하고 있는 반면 한류 열풍으로 인하여 동남아 지역, 중국, 남미 지역의 국민들은 한국으로의 유학이나 취업 그리고 국적 취득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 국적을 취득했던 194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으로 귀화를 한 외국인은 총 19만 명이고 2018년에는 귀화를 신청을 한 외국인이 2만 2천 명, 귀화자가 1만 1천 명이었습니다. 귀화 신청을 하더라도 절반이 탈락될 만큼 한국 사람이 되기가 만만찮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춰볼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최상의 국가는 아닐지언정 살만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신 분들 즉 정신적인 혼을 잃어버린 분들이 아니라면 저버릴 나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자유롭게 입국을 할 수 있다고(실제로 세계 여권 파워 2위) 외국인들이 한국에 쉽게 올 수 있다고 착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최저 임금 또한 전 세계 최상위권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에 올 때에는 굉장히 까다로운 심사와 서류를 거칩니다. 특히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 국가는 한국 관광도 오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점점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출처] 선율행정사 사무소
저 자신도 한때 미국이민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내 기질과 성정을 채워주기엔 택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코메리칸의 낮과 밤'이란 책을 읽고 이민의 현실을 조금은 간접 체험하고 그 꿈을 접었습니다. 저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나라는 단순한 제도나 기구가 아닙니다. 운명적인 관계를 가지고 시공간을 함께 하는 혼이 있고 정신이 있습니다.
나라를 버리겠다는 것은 혼과 정신을 잃는 일입니다. 김구 선생께서 대한민국의 문지기가 되고 싶다는 말씀은 일본의 살진 돼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인간 존엄의 추구에 대한 고백으로 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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