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종이에다
떨며 썼다
어느 새벽 처음으로
시인은 나와 같은 해 안동에서 태어났다.
현재가 평안치 않고 따라서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지만
밤새 눌려 있던 머리카락이 부풀고 혓바닥은 까슬까슬하지만
시인은 깨끗한 첫새벽에 일어나 시를 꾹꾹 눌러쓴다.
머리가 희어진 지금, 새벽에 일어나 흰 종이에 뭔가를 쓴다면 유언장 같은 처연함이 주변을 맴돌 것 같다.
조은(1960~)
경상북도 안동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 등단
섬세한 시선으로 내면에서부터 길어 올린 생의 빼곡한 비밀들을 들여다보는 시편들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산문과 아름다운 동화의 작가로도 독자들에게 친숙한 조은은 매번 긴 호흡을 들여 신중하지만 꾸준하게 시집을 묶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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