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과가 달기로는
그 중에 유와이가 젤로 낫고
고리땡은 오래 나아 둘수록
지푼 단맛이 있고
감성이 넘치는 시인은
이 한줄 써 내려가기 위해 가슴을 쥐어짜며 고통했겠지만
감성이 모자라 고통하는 나는
대신 내멋대로 편한대로 시를 재단하는 특권을 누린다.
하지만 국광이든 인도든 홍옥이든 고리땡이든 사과의 종류별로
지푼 맛,
씹히는 맛,
하박하박한 맛,
쌔가라운 맛으로
구별해내는
시인의 감수성은
내가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의 밖이다.
상희구(1942~)
그는 대구를 시로 쓴다. 그것도 대구 사투리로 쓴다. 이 시로 대구의 언어, 대구의 정서, 대구의 서사, 대구의 생태를 복원해 내고 있다. “45살에야 등단을 했고 그전에는 섬유사업을 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나니까 가슴이 공허해지고, 그러더니 묘하게 시가 가슴 속으로 들어오더라”고 한 대담에서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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