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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맡기시려면/사랑방 게시판

헷갈리는 순간

by 인천송도인 2022. 3. 12.

저는 번역가라기보다는 행정가 쪽에 방점이 놓여 있는 편이라 실제 번역 업무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고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 수준도 꽤나 높이 올라와 있습니다. 제 번역을 옆에서 봐줄 사람이 없을 때 가령 영어로 번역한 것을 한글로 거꾸로 한글로 번역한 것을 영어로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검산하듯 번역해 보면 틀렸거나 애매한 부분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달인=moon in 

그런데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쉬운 내용은 너무나 잘 완성도 있게 번역해 내어 프로그램 전부가 글자 하나 틀린 것이 없이 번역해 내기도 하지만, 복문 중문이 뒤섞여 있고 내용이 이리저리 꼬여 있는 문장은 번역 프로그램마다 제 각각으로 번역해 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컴퓨터 대신 제가 직접 나서 뜯어말려야 하는데 서로 엉켜 있는 것을 풀어내는 것이 애초에 선입견 없이 번역하는 것보다 힘든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특히 띄어쓰기를 저자 멋대로 해버리는 우리말 제목을 번역해 놓은 것을 볼 때 웃음을 자아내는 때가 많습니다. 가령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란 뜻의 달인을 'moon in'으로 바꾸어 놓기도 하는 등 기상천외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쉽고도 어려운 '본인'

그런데 어려운 단어나 내용보다는 오히려 쉽고 자주 쓰이는 단어의 해석이 어려울 경우가 많더군요. 가령 우리나라에 살다 보면 발급받게 되는 가족증명서의 항목 중에는 본인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막상 번역하려고 해 보니 만만찮아 다른 행정사분들이 해 놓은 여러 번역을 살펴보았습니다.

Self, Myself, Me, Principal, Subject 등이 등장했으나 어느 하나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저는 Person으로 쓰고 있으나 이것  조차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본인 하나만 가지고도 대충 대여섯 가지의 번역이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장황하게 The person who is the subject of this document 식으로 좁은 칸에 깨알 같이 사설을 늘어 놓을 수는 없겠지요. 뜻은 정확할 모르지만 현실을 무시한 번역이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상황과 조건에 가장 적합한 번역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때는 단어를 놓고도 시간을 고민하지 않을 없을 때가 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정확성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공적인 서류인 경우에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하지만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최대한의 근사치로 나갈 뿐이지요.

몇 줄 안돼요

간혹 안돼요, 금방 번역되지요라는 고객님의 급한 요청에 제대로 답변 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되는대로 번역해서 처리해 드리는 것이 내게도 고객에게도 서로 좋은 것은 아닌가, 아니면 시간에 쫓겨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실수를 막아야 하는가 헷갈리는 순간입니다.

자리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주어진 시간에서 최고 품질로 가장 빨리 일처리를 하는 것이 번역 행정사로서 전문가란 타이틀이 주어진 저희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은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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