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퇴근 무렵이 긴장됩니다. 급하다고 내일 아침까지 해달라는 고객께서 오시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그런 경우가 잦아 자칫 ‘급행 행정사’란 타이틀을 얻을까 봐 걱정(?) 되기도 합니다.
오늘도 귀가를 미루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실수가 없도록 발급시간 발행번호 등 깨알 같은 글자까지 잘 살펴보며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번역본을 고객에게 메일로 보내어 확인을 부탁하고 퇴근하여 집에서 OK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일찍 출근하여 부탁하신 내용을 손보아 바로 출력하고 번역확인증명서 등을 첨부하여 완성본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동네 인천송도에 사시는 분이라 제 애마인 전기자전거로 완성된 서류 일체를 전달해 드렸습니다. 거의 모든 손님께 제 자전거가 배달에 나서다 보니 ‘배민’과 ‘냠냠’의 배달 오토바이가 된 느낌입니다. 육아에 바쁜 분이라 직접 배달해 드리니 아주 좋아하시고, 완성본을 찬찬히 보시고 잘 만들어진 것 같다고 진심을 담아 말씀하시니 보람이 느껴집니다.

저는, 보시는 분에게는 얼마나 차이가 날지 모르겠으나 Epson 스캐너와 OCR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원본의 양식과 거의 흡사하도록 문서를 다듬습니다. 그리고 문서의 형식과 내용에 적당한 서체를 고릅니다. 문서 맨 아래의 난수표 같이 구별하기 어려운 작은 숫자와 기호로 된 기다란 고유번호도 틀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입력합니다.
오랜 행정과 서류 경험에서 온 습관 탓인지 글자체, 자간 행간 조절, 들여쓰기, 문단 정렬, 선 굵기, 테두리 모양 등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공문서 번역은 간단한 용어의 번역 같지만 제한된 작은 칸에 최선의 단어를 선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입니다. 영어사전 외에도 대사관의 샘플이나 예시문을 통해, 또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혹은 동종 업계 종사자의 번역문 등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보석을 캐는 심정으로 단어를 골라내곤 합니다.
'명품' 증명서의 역할
인천송도에는 젊은 어머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주 고객이 되시는데요. 자녀들을 위한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느껴질 때가 여러 번입니다. 제 작은 성의로 원본이 가지는 권위와 엄정성을 최대한 살려내어 서류를 접수하는 기관 단체 직원들에게 강한 신뢰를 던져 줌으로써 이분들의 서류 심사와 통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드린 정성만큼 손님의 반응이 느껴질 때면 절로 마우스를 다시 한번 더 까딱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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