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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행복한 詩間

묵화(墨畵) <김종삼>

by 인천송도인 2021. 12. 30.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몇 줄(6줄) 안되는 詩라 통째로 인용하고 싶었으나

내가 행복한 詩間을 써 내려가는 의미는

마치 초현실주의 미술에 있어서 자동기술법처럼

의식이나 의도가 없이 무의식의 세계를 무의식적 상태로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시 한 편을 바라보고자 함이니

의미가 있던 없던 말이 되던 안되던 그저 한 두줄을 건져본다.


물 먹는 소는 할머니처럼 나이 먹은 소겠다.

그저 커다란 눈망울이 슬퍼 보이는...

할머니는 오늘 하루도 같이 힘든 하루를 보내 준 것만으도 고마울 뿐이다.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거친 손을 말없이 소의 목덜미에 얹는다.

 


김종삼(1921~1984)

《원정》, 《돌각담》으로 등단했다. 초기에는 순수시를 지향하였으나 이후 점차 현대인의 절망의식을 상징하는 정신적 방황의 세계를 추구하였으며, 과감한 생략을 통한 여백의 미를 중시하였다. 시집 《십이음계》, 《북치는 소년》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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