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몇 줄(6줄) 안되는 詩라 통째로 인용하고 싶었으나
내가 행복한 詩間을 써 내려가는 의미는
마치 초현실주의 미술에 있어서 자동기술법처럼
의식이나 의도가 없이 무의식의 세계를 무의식적 상태로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시 한 편을 바라보고자 함이니
의미가 있던 없던 말이 되던 안되던 그저 한 두줄을 건져본다.
물 먹는 소는 할머니처럼 나이 먹은 소겠다.
그저 커다란 눈망울이 슬퍼 보이는...
할머니는 오늘 하루도 같이 힘든 하루를 보내 준 것만으도 고마울 뿐이다.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거친 손을 말없이 소의 목덜미에 얹는다.
김종삼(1921~1984)
《원정》, 《돌각담》으로 등단했다. 초기에는 순수시를 지향하였으나 이후 점차 현대인의 절망의식을 상징하는 정신적 방황의 세계를 추구하였으며, 과감한 생략을 통한 여백의 미를 중시하였다. 시집 《십이음계》, 《북치는 소년》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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