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나이 먹다 보니
어느새 앞머리뿐 아니라 뒷머리도 삐죽삐죽 제멋대로 인 것을
식당의 거울을 통해서 보게됐다.
“그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며
그것이 거룩(?)한 식사라고 시인은 눙친다.
하긴 먹어야 사는 우리에게
"거룩은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황지우(1952~)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이 입선하고, 「문학과지성」에 「대답없는 날들을 위하여」 발표, 등단한 시인 황지우. 제3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는 형식과 내용에서 전통적 시와는 전혀 다르다.
195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으로, 서울대 인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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