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도 번역 행정사입니다.
살다 보면 감추고 싶은 일도 있고, 자랑하고 싶은 일도 있지요.
이번은 자랑하고 싶은 일입니다. 나이 먹다보면 부끄럽지 않으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데 제게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겨 너무 기분이 좋네요.
서울에서 제 블로그를 보고 연락주셨습니다. 그중에서 ‘급행 번역행정사’란 단어에 꽃히셨나 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고등학교 아들이 미국 국제학교에 지원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추가로 생활기록부를 번역하기로 갑자기 맘을 먹으셨나 봅니다.
그런데 제출일자가 촉박해서 하루 이틀 정도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아드님이 외국어고등학교 다니는 재원인데, 사실 고등학교 생기부만 해도 초등학교와 달리 내용이 많고 어려워 번역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밤 샐 각오를 하고 ‘급행 행정사’의 명예(?)를 지키고자 일단 수임했습니다.

저는 가격은 손님이 묻기 전엔 얘기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사단이 난적도 있지만, 이 나이에도 철이 없어선지 쉽게 돈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최종 작업을 마치고 번역본을 전달할 때 가격을 말씀드린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어쨌든 가격 얘기가 나와서 쭈뼛거리며 “*만원이예요”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고객께선 그 와중에도 몇 군데 가격을 알아보셨나 봅니다. 어떤 곳은 가격을 너무 싸게 제시해 오히려 꺼려지기도 한단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덤핑 번역시장에서 저도 주눅이 들어 가격 단가를 계속 낮추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이건 봉사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저 이 나이에 일거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면서 말이죠.
고객께서 급행으로 해 주면서 가격이 너무 싸다면서 오히려 제가 말씀드린 가격에 5만원을 올려주시는 것입니다.
이럴수가?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약간 가슴이 뭉클해 지는군요. 솔직히 가격 경쟁에 치여 거의 성사 단계에서 가버리시는 손님을 여러번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하는 고객의 입장도 수긍이 되지만, 단어 하나 서체 하나라도 신경을 써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제 정성과 수고가 오직 가격이란 잣대로 외면당할 때면 약간은 시려지는 가슴은 어쩔 수 없네요.
5만원은 제겐 5만 달러 아니 5억원이었습니다. 밤 늦도록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도 피곤할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허술한 것이 없도록, 양식작업과 번역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음날 1차 번역본을 고객께 전달했더니, 바로 문자로 놀라움을 표현하셨습니다. 첫장부터 번역과 양식의 품질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다행히 번역본에 큰 문제가 없어 바로 인증본을 만들고, 이것을 PDF파일로 만들어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고등학교 생기부를 하룻만에 번역과 인증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조금 있다가 제 핸드폰에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열어보니 스타벅스 커피선물권까지 보내주셨네요.
요 근래 제일 행복한 순간이고 고마운 선물입니다.
저도 바로 인증본을 빠른 등기로 보내드리려고 우체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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