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을 버려야지. 불태워 버려야지.
모두 갖다 버려야지. 나는 양손을 비비며 서 있었다.
궁색함이 남들 앞에서 속옷 들추듯 드러날 때 나도 모르게 양손을 비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라는 맥주 캔에 적혀 있는 경고문처럼 아무 짝에 쓸모없어 보이는 책들이 이 순간 신원의 제물로 바쳐진다.
이정주(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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