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송도 행정사입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이 서류나 공문서의 특징이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사망증명서를 번역할 때는 사망일시, 사망 장소, 사망원인 등 몇 가지 숫자와 단어로 정리되어지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해 덧없음과 무력함이 나도 몰래 감정이입이 됩니다.
미국에 주소를 가진 고객께서 얼마전 고인이 된 아내의 사망신고를 구청에 제출코자 번역 공증을 의뢰하셨습니다. 고인이 저와 동년배라 그런지 숙연한 마음이 몰려왔습니다. 그런데 고객께선 다음 날 출국하신다고 아침에 오셔서 그 자리에서 완성해 줄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급하신가 보니 제가 점심을 거르고 작업할 테니 식사하시고 오시라"고 진정시키고 나서 힘든 한나절을 예상하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행한 사망증명서 양식인데 진짜 깨알보다 작은 항목과 깨알보다 조금 큰 입력난이 서류 한 장에 가득 차 있습니다. 번역 자체보다 이 것을 같은 한 장에 몰아넣는데 많은 시간이 덧없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고객께서 어지간히 맘이 급하셨던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다시 사무실에 나타나셨습니다.
할 수 없이 초벌 번역본을 고객과 함께 검토하기로 하고 그 와중에 번역확인서를 작성하여 서둘러 완성된 서류를 그 자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고객을 전송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지만 일단 늦은 점심시간을 가졌습니다. 식사 후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고 번역을 다시 들여다보니 날짜 하나의 순서가 바뀐 것을 발견했습니다.
잘 아시다싶이 우리나라와 영어권의 날짜 표기 순서는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와글와글한 글자와 빼곡한 칸 속에서 정신없이 몰아치다 보니 깜빡 실수를 한 것입니다.
고객께 바로 전화드려 이실직고했습니다. 구청 담당자께서 오자 수정을 인정하지 않고 사정없이 재 번역을 요구하는 바람에 출국 당일 오전에 다시 접수키로 했습니다.
저도 식사도 거르고 애썼는데 이런 결과를 빚어 갑갑했지만 고객께 거듭 사죄할 수밖에요. 받은 수임료를 그대로 되돌려 드리고(고객께서는 거절 했지만...) 날짜 하나의 순서를 바꿔 재 발급해 드렸습니다.
글자 하나의 실수로 작지 않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글자 하나라도 전심을 다하는 것이 우리 행정사의 소임인걸요. 간혹 고객께선 몇 줄 안 되는 번역이라며 일을 맡기시지만 몇 줄 안될수록 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와 단어 하나하나 신경 쓰느라고 홈페이지를 검색하며 재차 확인코자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소한 한 번은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은 필요했는데... 당장 해 달라시는 고객의 간청에 속절없이 넘어간 제 책임이 크지요. 하지만 내일 출국한다며 숨 넘어가게 달려온 고객을 외면할 순 없잖아요.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분에게도 제대로 된 따뜻한 숭늉을 전해줄 수 있도록 심기일전을 다짐합니다.
사족: 아내가 실수담은 되도록 쓰지 말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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