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담을 넘는 번역/직접돌파 실전

[인천송도 번역] 생기부의 계절

by 인천송도인 2022. 11. 25.

인천송도 행정사입니다.

 

생활기록부(생기부)의 계절이 슬슬 마감하고 있습니다. 개업하고 첫봄의 생기부 계절은 사무실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설렁설렁 넘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늦가을의 생기부 계절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송도 국제학교의 50페이지 가까운 생기부를 시작으로 어느 순간 매일 같이 생기부를 번역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손자뻘 되는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봉사활동 실적, 교과학습발달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선생님께서 직접 작성하는 문장과 씨름하였습니다.

 

 

몇 건을 하다 보니 학교의 교과과정이 서로 비슷하고 평가하는 단어들도 유사하기 때문인지 문장 전체가 거의 같은 경우도 경험하였습니다. 엇비슷한 것은 부지기수이고요. 조금 편해지는 마음도 들었지만 풀빵 찍어내듯 학생을 지도할 수밖에 없는 교육 현장에 대한 주제넘은 안타까움도 배어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 가운데에서도 학생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그의 독특함과 개별성을 드러내 주고 싶어 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때면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국 전통 오리기 지엔즈로 책갈피 만들기 활동에 참여함.
‘우정 계약서’를 읽고 친구들과 더 큰 우정을 쌓기 위해 노력함.
오르프 음악교육에서 다른 나라의 노래 배우기에 즐겁게 참여함.
장구로 자진모리 장단을 주법에 맞게 연주함.
‘밥 한 그릇 뚝딱’을 읽고 뒷 이야기를 자유롭게 상상하여 발표함.
공감놀이 활동으로 놀래 놀이, 비석치기, 왕짱구 놀이 등에 즐겁게 참여함 등등.

 

사실 자진모리는 거의 모든 학생의 평가에 나와서 이제는 Jajinmori란 표현이 거의 영어 단어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부정적을 보자면 한이 없지만 그럼에도 합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각자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이만큼이라도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하튼 지엔즈, 우정계약서, 오르프, 자진모리, 밥 한 그릇 뚝딱 같은 단어들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읽히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한나절이 후딱 지나갑니다.

 

제 번역문이 이번 생기부의 계절을 통해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폴란드 등 생각지도 못한 나라도 전해집니다. 물론 그들이 일일이 제 문장을 읽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국격은 유지해야 한다는 동네 번역가의 얄팍한 자존심은 있습니다.

 

🏍🚖🚔🚜🚲🛹🦼

 

 

이번 생기부의 계절의 마지막은 유치원에서 발행한 생활기록부였습니다. 간단하게 2장입니다. 사실 번역이라기보단 양식작업이 가깝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양식을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생각보다 만만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