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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그리고 송도/인천에 간다

동인천 참외전거리

by 인천송도인 2021. 12. 27.

어렸을 적 동인천에 살았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 인현동이였는데 요즘으로 치면 인천의 평창동 혹은 청담동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요? 아무튼 그곳 인현동에서도 1번지여서 친구들에게 나 인현동 1번지 살아하면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 고생 끝에 1970년대 무렵 그곳에 삼층 건물(그 당시엔 이것도 고층 건물에 해당했고, 지금으로 치면 최소한 10몇 층 빌딩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지녔겠지요)을 올렸고 주변으로부터 평생 먹을 것을 마련했다는 소리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이 말의 효력이 제 기억엔 10년을 못 가더군요. 아파트가 생기고 공단이 생기고 고속도로가 생기고 상권의 중심이 주안 부평 등으로 옮겨지면서 동인천은 쇠락의 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우리 집 바로 길 건너편에 있던 참외전거리를 가득 매운 상인들 짐꾼 경매아저씨 과일 사러 온 아주머니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참외 출하기에는 갓 도착한 참외의 향긋한 냄새와 유통 중에 버려지는 곯은 참외에서 나는 향기(?)가 뒤섞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냄새도 어느새 점점 맡기 힘들어지더군요.

 

저는 어려서 참외전거리의 뜻을 제대로 몰라 어른들이 채미전거리라고 하는 것을 귀에 들리는대로 차메정거리 정도로 부르곤 했고 나중에 그것이 참외전거리 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채미는 참외의 황해도 방언이라 하니 항해도 피난민들이 많이 살던 인천에서는 채미전거리로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물건 살 돈도 없었고, 내겐 통학길도 아니다 보니 친구들과 술래잡기할 때 그저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몸을 숨기기위해 이곳을 찾은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물리적 장소로 기억나기보다 냄새로만 기억나는 장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어렸을 적 잘못 부르던 이름을 참외전거리로 고쳐 부르며 좀 더 가까이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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