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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행복한 詩間43

어느 새벽 처음으로 <조은> 흰 종이에다 떨며 썼다 어느 새벽 처음으로 시인은 나와 같은 해 안동에서 태어났다. 현재가 평안치 않고 따라서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지만 밤새 눌려 있던 머리카락이 부풀고 혓바닥은 까슬까슬하지만 시인은 깨끗한 첫새벽에 일어나 시를 꾹꾹 눌러쓴다. 머리가 희어진 지금, 새벽에 일어나 흰 종이에 뭔가를 쓴다면 유언장 같은 처연함이 주변을 맴돌 것 같다. 조은(1960~) 경상북도 안동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 등단 섬세한 시선으로 내면에서부터 길어 올린 생의 빼곡한 비밀들을 들여다보는 시편들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산문과 아름다운 동화의 작가로도 독자들에게 친숙한 조은은 매번 긴 호흡을 들여 신중하지만 꾸준하게 시집을 묶어왔다. 2021. 12. 27.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하늘은 그리움이다. 하늘을 보면 우리는 가슴이 벅차다. 벅차다가 뻥 뚫린다. 서정주(1915~2000) 호는 미당이며,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으로 등단하고 그 해 김광균, 김달진, 김동인 등과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 , , , , , 등이 있다. 초기에는 원시적 생명력과 보들레르적 관능이 시세계를 이루었다면 중기에는 생명의 발견과 달관, 후기에는 동양적 정신 세계를 탐구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세계의 넓이와 깊이로 한국 시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21. 12. 25.
행복한 詩間에 들어가며 황인숙 시인이 2012년 9월경 동아일보에 ‘행복한 시 읽기’를 연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신문을 구독하지 않았지만 직장에 배달된 신문가운데서 일부러 찾아 읽을 정도로 숨 막힐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에 작은 쉼으로 행복한 詩間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퇴직을 하고 처음 찾아본 것도 이 연재물입니다. 지금 보니 제 연배와 비슷한 시인들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다시 한번 위로가 됩니다. 부족한 제 감성을 맘껏 채워 주시는 그분들의 빼어난 감성과 능력이 부럽기만 합니다. 그 시절을 추억하며 황 시인이 올렸던 시편 하나 하나를 마음 가는대로 한 두 군데 구절을 들어내며, 황 시인의 소회를 마치 내것이냥 의뭉스럽게 적으면서 다시 잠깐 행복한 時間을 갖고자 합니다. 황인숙(1958~) 서울 출생. 서울예전 문예.. 2021.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