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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넘는 번역/직접돌파 실전

[인천송도 번역] 생활기록부(생기부)의 계절

by 인천송도인 2024. 6. 6.

 

 

인천송도 행정사입니다.

 

동료 행정사가 환율과 경기 때문인지 손님이 줄어 걱정이란 하소연을 전한 것이 얼마 전입니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는지 얼마전엔 미성년 자녀의 해외여행 부모동의서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5월 말부터 해외 국제학교에 자녀가 입학하기 위해 생활기록부(생기부) 문의가 계속 오고 있습니다.

 

제겐 징크스가 있는 편입니다. 때는 그닥 오지 않던 무범죄증명이 연이어 오는 바람에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이번엔 생기부 제출 국가가 미국이 주를 이룹니다. 지난해엔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동남아 국가가 제겐 대세였는데 올핸 미국과 캐나다로 바뀌었습니다.

 

가운데 필리핀 사립 국제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생기부 번역인증을 요청하셨습니다. 우리 번역 행정사에겐 아니면 제겐 필리핀은 묘하게 신경쓰이는 나라입니다.

 

번이고 블로그에 올렸지만 그들이 과거 발행했던 공문서는 타자로 쳐진  경우가 많아 글자가 뭉개지고, 활자 크기도 작습니다. 번역이 아니라 해독이 됩니다. 글자가 알기 어려운 경우는 뒤를 추론해야 하기 때문에 심지어 구글 지도까지 확대해서 찾아볼 때도 많습니다.

 

절차도 까다로운 편입니다. 가령 부모동의서의 경우엔 대부분의 나라에선 저희 번역행정사의 인증서로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약간 요주의 대상인 베트남(공식적으론 영사확인까지 요구) 요즘은 인증서로 다녀오십니다.

 

그런데 필리핀은 항공사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고는 하는데 공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동산 매매 같은 엄정한 법적 절차가 필요한 것도 아닌 미성년 자녀의 해외여행인데 약간은 지나친 형식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최근 고객께서는 필피핀 아내의 사망신고서를 제출하는데 대사관에서 공증이 아니라 아포스티유 확인까지 요청하셔서 제가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힘들었다고 토로합니다. 단순히 사망신고 때문에 필리핀 대사관이 이런 조치를 하진 않았겠지만, 제가 보기에도 필리핀의 해외 행정은 점검해야할 부분이 있는 같습니다.

 

솔직히 약간은 형식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여지는 생기부조차도 필리핀의 국제학교에서 공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인증서를 발행해 드렸거든요. 겨우겨우 전후 사정을 설명해서 넘어갔지만, 어쨌든 고객에 불편을 끼쳐드린 셈이 되어 필리핀에 생기부를 제출할 경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행히 이번 필리핀 생기부 제출은 고객께서 공증까진 필요 없을 같다고 해서 번역인증해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생기부를 번역하다 보니 생각해봐야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 대해 적은 내용입니다.

 

동시 활동에서 동시를 반복하여 듣고, 정확한 발음으로 읽는 연습에 참여하여,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 바꾸기 등을 맞춰 동시들을 따라 쓰며 자연스럽게 한글을 익힘.”

 

이것은 예시입니다. 사실 밑에 적은 내용은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전반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상식적으로 기대할 있는 능력과 수준에 벗어난 기술이 너무 많았습니다.

 😃💘🚒🚕😗😂🧡🙂✳️🏝️😎😊😉

 

생기부가 학교 현실을 벗어나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된 같습니다. 물론 형식을 채워야만 하는 일선 교사들의 고충은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부조리함 때문에 저는 푼돈을 벌수 있겠지만, 앞으로 해외로 유학할 손주들의 생기부를 번역해주기로 저로선 떨떠름할 수밖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