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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호 근린공원 <혜윰공원> 혜윰은 생각의 순우리말 송도에는 센트럴파크, 해돋이공원, 미추홀공원 등 대규모 공원 외에 아파트와 공장 사이사이마다 작은 쉼터가 근린공원 등의 이름으로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공원은 그 중간 규모의 공원입니다. 인도 중국 파키스탄의 접경 지역 카슈미르 북부의 카라코람 산맥에 있는 세계 제2의 고봉(8611 m)이 탐사 순서에 따라 k-2로 불리듯이 행정 명칭은 제3호 근린공원으로 삭막하지만 혜윰공원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덧입게 됐습니다. 혜윰은 생각의 순우리말로, 주변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건강한 생각으로 나라의 인재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야외무대가 시원하게 자리 잡고, 야외무대 잔디광장, 초정(원두막), 산책로, 피크닉장, 진입광장, 다목적구장, .. 2022. 1. 21.
라벨과 나 <김영태> 내 키는 1미터 62센티인데 모리스 라벨의 키는 1미터 52센티 단신(短身)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키가 작은 것을 거의 불구 취급하더군요. 어찌 생각하면 ‘큰 것’은 아름답지 않을 뿐 아니라 쓸데없기도 합니다. 커서 좋은 건 마음뿐이려나. 김영태(1936∼2007) 서울 출생. 홍익大 서양화과 졸업. 1959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 「草芥手帖」, 「여울목 비오리」, 「결혼식과 장례식」 등의 시집과 산문집, 음악·무용 평론집, 인물소묘집 등 56권의 책을 냈다. 현대문학상, 시인협회상, 서울신문사 제정 예술평론상, 허행초상 등 수상. 동아무용 콩쿠르·유니버설 키로프 발레 콩쿠르·서울 국제무용제 심사위원과 무용평론가회 회장 역임. 2022. 1. 20.
흰산 큰산 큰강 긴강 강강 나이를 먹어가니까 여행 프로그램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젊었을 때는 맘만 먹으면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심코 스쳐 지나가듯 여행지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저 TV 속의 화면마저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처음 보는 여행지 장면의 대부분이 마지막 장면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이국적이거나 신비스러운 것에 마음이 쏠리기도 합니다. 몽블랑은 흰산 자칫 언어 사대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럽의 명산인 몽블랑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몽블랑은 산이란 뜻의 '몽'과 희다는 뜻의 '블랑'이 합쳐진 말이라고 합니다. 그 멋들어진 산을 그냥 우리말로 흰산이라고 표시하면 특유의 이국적인 맛이 싹 사라질.. 2022. 1. 19.
방을 보여주다 <이정주> 책들을 버려야지. 불태워 버려야지. 모두 갖다 버려야지. 나는 양손을 비비며 서 있었다. 궁색함이 남들 앞에서 속옷 들추듯 드러날 때 나도 모르게 양손을 비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라는 맥주 캔에 적혀 있는 경고문처럼 아무 짝에 쓸모없어 보이는 책들이 이 순간 신원의 제물로 바쳐진다. 이정주(1953∼) 2022.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