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밀의 정원/행복한 詩間43

풍경(風磬) <이태수> 비워도 비워 내도 채워지는 나는 아픔과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나도 나를 비우면 아픔도 어둠도 없으련만. 그런데 내 무엇을 비워야 할까? 그리움? 외로움? 억울함? 욕심? 꿈? 과거? 미래? 이태수 (1947∼ ) 1947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그림자의 그늘』(1979), 『우울한 비상(飛翔)의 꿈』(1982), 『물 속의 푸른 방』(1986),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1990), 『꿈속의 사닥다리』(1993), 『그의 집은 둥글다』(1995), 『안동 시편』(1997), 『내 마음의 풍란』(1999),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2004), 『회화나무 그늘』(2008), 『침묵의 푸른 이랑』(2012), 육필시집 『유등 연지』 등을 상.. 2022. 5. 26.
매우 드라이한 출산기 <성미정> 닥터 박 이곳은 화장실이 아닌 건 분명한데 난 지금 도저한 핏기가 묻은 희고 말랑한 똥을 낳은 것 같소 이 똥을 품에 안으며 난 이 희한한 똥과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하고 있소 이것이 자라서 진짜 똥이 되어도 내 사랑은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처럼 희고 말랑할 것 같음도… 난 자식이 없다. 내 자신이 희한한 똥이 되어 참기 어려운 냄새를 풍기며 코막고 살고 있다. 성미정(1967∼ ) 강원대학교 사학과 졸업. 1994 『현대시학』에 「가둔다」 외 5편의 시로 등단. 『대머리와의 사랑』, 세계사, 1997, 시집. 『사랑은 야채같은 것』, 민음사, 2003, 시집. 2022. 5. 6.
겨우 존재하는 것들 <유하> 겨우 존재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달개비꽃 진저리치며 달빛을 털 때 열리는 티끌 우주의 문, 그 입구는 너무도 투명하여 난 겨우 바라만 볼 뿐이다 우주도 티끌로 이루어졌다. 겨우 존재하는 티끌에게 안쓰러움과 함께 경배를 바친다. 유하 (1963∼ ) 전라북도 고창 출생으로 영화감독이자 시인이다. 세종대 영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1988년 을 통해 등단했다. 대중문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시에 새로운 감성과 화법을 불어넣었으며, 서정시의 영역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었다. 시집으로 [무림일기],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저녁],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등이 있다. 1990년 영화 '시인 구보씨의 하루' 로 감독 데뷔했다. 2006년 제26회 한국영.. 2022. 4. 29.
도감에 없는 벌레 <신동옥> 오래 귀담아 들을수록 거짓은 내밀해서 점점 달콤해져만 가는 것인데 중독자여, 나는 1초의 삶을 위해 24시간 죽는가 나는 매일 24시간 중에서 23시간 59분 59초를 죽어 있다. 신동옥 (1977∼ ) 202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