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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행복한 詩間43

월동준비 <최영미> 머리를 자르는 것도 하나의 혁명이던 때가 있었다. 비슷한 연배에 같은 캠퍼스를 걸었을 시인이다. 시인이 혁명을 꿈꾸었을 때 나는 머리를 길게 기르고 낭만을 꿈꾸었다. 최영미 (1961∼ ) 시인이며 소설가.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섬세하면서 대담한 언어, 지금 이곳에서의 삶을 직시하는 신선한 리얼리즘으로 한국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에 따르면 "최영미는 첫 시집이 너무 성공한 탓에 문학 외적인 풍문에 휩싸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불행한 시인이다”. 1992년 등단 이후 시와 소설, 에세이를 넘나들며 6권의 시집을 펴내고,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을 출간하고 미술과 축구에 대한 산문을 많이 썼지만, 한국에서 그녀는 여전히 시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 2022. 2. 26.
모래밭에서 <이진명> 모든 망가지는 것들은 처음엔 다 새것이었다 영광이 있었다 처음에는 다 새것이지만 모든 것이 망가진다. 추락이 준비돼 있다. 이진명 (1955년~ )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전문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0년 《작가세계》(여름호) 제1회 신인으로 〈저녁을 위하여〉외 7편의 시 발표 등단. 제4회 일연문학상, 제2회 서정시학작품상 수상. 대산재단창작기금(1994) 수혜. 저서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2022. 2. 20.
그대가 없다 <미겔 에르난데스> 바람결에 묻어오는 그대 냄새 좇아 희미한 그대 흔적을 더듬어봅니다. 사랑하면 초능력을 갖게 된다. 원더우먼,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다들 사랑에 목말라 하늘을 날고 벽을 타고 밤거리를 헤맨다. ‎미겔 에르난데스 길라버트(Miguel Hernández Gilabert‎‎: 1910~1942) 스페인어 시인이자 극작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당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결핵으로 사망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그토록 사랑하는가?’로 시작되는 시 ‘비행(飛行)’의 시인이기도 한 미겔 에르난데스는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정치범으로 투옥돼,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감옥에서 죽었다. 슬픈 정열의 시들을 품고. 2022. 2. 18.
여행자 <전동균> 저 허공의 구름들처럼 말 없는 것들, 쓸쓸하게 잠든 것들을 열애할 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한 손 없는 이에게 선물한 장갑처럼 층수도 안 눌러 놓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길 기다리는 것처럼 잔뜩 써놓은 글을 딜리트 키 한 번으로 다 날려버린 것처럼 저 허공의 구름들처럼 오늘 내 마음은 하얗게 쓸쓸하다. 전동균(1962∼) 경상북도 경주산. 학력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이고 2018년 제3회 윤동주 서시 문학상 2014년 제16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08년 3월부터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2022. 2. 13.